초심은 참 지키기 어렵다.
대학교에서 c언어를 배울 때만 해도 초심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포인터가 어떻게 동작하고, 컴퓨터에 데이터가 어떤 식으로 저장되는지 호기심을 갖고 공부할 때가 있었다.
포인터의 크기가 64 비트 os상에서 8바이트라는건 아직도 바로 기억이 난다.
데이터구조, 알고리즘 등도 비슷했다.
원리에 대해서 나 스스로 곱씹어보고 호기심을 해결해나갈 때 기분이 좋았다.
그러나 백엔드 프로젝트를 해가면서 조금씩 초심이 무너졌다.
정확히 말하자면 나의 게으름이 그 원인이다.
프로젝트를 처음 할 때만 해도, 김영한님의 강의들을 보고 토이프로젝트를 만들어보면서 호기심을 하나 하나 풀어갔다.
스프링은 어떻게 요청을 받고 어떻게 응답을 처리하는지, 스프링은 DB와 커넥션을 어떻게 만드는지 찾아봤었다.
그러나 프로젝트 일정이 바빠지면서 그런 호기심보다는 조바심이 더 커지게 되었다.
물론 프로젝트를 하면 실력이 향상한다.
개발은 직접 부딪히면서 배우는게 정말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프로젝트의 양, 코드의 양만으로는 실력을 향상시키는데에 한계가 있다.
어떨 때는 다른 사람들의 코드를 그대로 가져다 쓰거나, 요구사항에 맞게 동작만 한다면 바로 커밋을 해버렸다.
그래도 PR 리뷰에서 전혀 문제 없었다. 내겐 시간과 구글 검색창이 있기 때문이다.
손이 키보드를 누르기 전에 있어야 할 중요한 과정이 하나 빠졌던거다.
그리고 그 과정은 스스로의 코드에 대한 질문이다.
더 구체적으로 얘기하자면 끈질기고 정석적인 문제 해결 과정이다.
표면적으로는 모든 코드에 나름의 근거들이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은 급작스럽게 만들어진 근거이고, 겉보기에만 그럴싸한 모래성과 같다.
이런 방식으로 5년, 10년의 경력이 쌓인다면 나는 어떤 사람이 될지 생각해봤다.
요구사항이 단순한 프로젝트들을 빠르게 완성시키는 개발자는 될 수 있겠다.
그러나 규모가 크거나 요구사항이 복잡한 프로젝트는 완성시키기 어려울 거다.
소크라테스는 상대가 무지를 깨우치게 하고 지혜를 얻도록 할 때 산파술이라는 기술을 썼다.
산파는 출산을 옆에서 도와주는 사람이다.
소크라테스의 산파술이란 출산을 돕듯이 지혜를 얻는 것을 돕는다는 의미이다.
이제부터는 소크라테스가 옆에 있다고 생각하고 개발하려고 한다.
내가 짠 코드를 보고 그저 "아 좋네."라고만 생각한다면,
"왜 좋지? 무엇이 좋은가?"라고 스스로 물어보자.
그 다음엔 "어떻게 더 좋게 할 수 있는가?"라고 물어보자.
최소한은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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